1) 낱말의 씨(품사)
낱말이란 저만의 뜻을 가지고 홀로 쓰일 수 있는 가장 작은 말의 단위를 말합니다.
예컨대 사과, 빨갛다, 꽤, 돌 따위의 하나하나를 낱말이라고 합니다.
낱말은 그 성질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그 성질에 따라 나누어진 낱말의 종류 하나하나를 씨라고 합니다. 한자말로는 품사라고 하지요.
우리말 낱말은 보통 움직씨, 그림씨, 이름씨, 대이름씨, 셈씨, 매김씨, 어찌씨, 느낌씨, 토씨 이렇게 아홉 개로 나뉩니다.
가) 풀이씨(용언)
우선 우리말에는 말끝이 바뀌어 쓰이는 낱말들이 있습니다.
먹다
먹 + 고 = 먹고
먹 + (으)니 = 먹으니
먹 + 어라 = 먹어라
예쁘다
예쁘 + 고 = 예쁘고
예쁘 + 니 = 예쁘니
예쁘 + 구나 = 예쁘구나
이런 낱말들은 말끝이 바뀌며 글월을 풀이하는 구실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낱말들을 풀이씨라고 합니다. 한자말로는 용언이라고 부르지요. 풀이씨는 다시 그 나타내는 뜻에 따라 움직임을 나타내는 움직씨(동사)와 상태를 나타내는 그림씨(형용사)로 나뉩니다.
풀이씨
(용언)
움직씨(동사)
사물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낱말
읽다, 뛰다, 먹다, 때리다——
그림씨(형용사)
사물의 상태, 성질을 나타내는 낱말
예쁘다, 작다, 높다, 빠르다——
나) 임자씨(체언)
풀이씨와는 달리 말끝이 바뀌지 않는 대신 토씨가 붙어 쓰이는 낱말들이 있습니다. 이런 낱말들은 주로 글월의 임자를 나타내는 구실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낱말들을 임자씨라고 합니다. 한자말로는 체언이라고 하지요.
사람 → 사람이
→ 사람을
철수 → 철수가
→ 철수하고
그것 → 그것이
→ 그것을
하나 → 하나를
→ 하나까지
임자씨는 그 나타내는 뜻에 따라 다시 이름씨(명사), 대이름씨(대명사), 셈씨(수사)로 나뉩니다.
그런데 이름씨 가운데 어떤 것은 독립성이 적어서 다른 것에 기대어 쓰이는 것이 있습니다. 예컨대 ‘것, 따름, 때문’ 따위가 그것입니다. 이런 낱말을 매인이름씨(의존 명사)라고 합니다.
임자씨
(체언)
이름씨(명사)
사물의 이름을 나타내는 낱말
나무, 그늘, 하늘, 놀이, 삶, 학교—-
대이름씨(대명사)
이름시를 대신해서 쓰는 낱말
이것, 그것, 나, 누구, 저기——
셈씨(수사)
수량이나 차례를 나타내는 낱말
하나, 둘, 첫째, 둘째——
다) 꾸밈씨(수식언)와 홀로씨(독립언)
우리말에는 말끝이 바뀌거나 토씨가 붙지 않고 홀로 쓰이는 낱말이 있습니다. 이런 낱말들은 보통 임자씨나 풀이씨를 꾸며 주는 구실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낱말을 꾸밈씨라고 합니다. 한자말로는 수식언이라고 하지요. 꾸밈씨는 다시 임자씨를 꾸미느냐, 풀이씨를 꾸미느냐에 따라 매김씨와 어찌시로 나뉩니다.
어느 사람, 새 자동차, 헌 이불, 무슨 까닭
매우 빠르다, 꽤 크다, 훨씬 높다, 안 가져왔다.
그런데 ‘얘, 응, 자, 아차, 어머나’와 같은 낱말은 꾸밈씨처럼 말끝이 바뀌거나 토씨가 붙지 않지만, 꾸밈씨하고 다르게 글월의 어느 한 낱말과 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이런 낱말을 홀로씨라고 합니다. 한자말로는 독립언이라고 하지요. 우리말에서는 느낌 따위를 나타내는 느낌씨(감탄사)가 이런 구실을 합니다.
‘얘, 이리 좀 오너라.’ ‘아차, 내 정신 좀 봐.’
꾸밈씨
(수식언)
매김씨(관형사)
임자씨 앞에서 그 뜻을 꾸미는 낱말
어느, 헌, 무슨——
어찌시(부사)
풀이씨나 다른 어찌씨 앞에서 그 뜻을 꾸미는 낱말
매우, 가장, 잘——
홀로씨
(독립언)
느낌씨(감탄사)
감동이나 대답, 놀람 따위의 느낌을 나타내는 낱말
응, 아차——
라) 걸림씨(관계언)
우리말에는 홀로 어떤 뜻을 나타내기보다 낱말과 낱말 사이의 관계를 주로 나타내는 낱말도 있습니다. 이런 낱말을 걸림씨라고 합니다. 한자말로는 관계언이라고 하지요. 낱말 뒤에 붙어서 낱말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토씨(조사)가 이런 낱말입니다.
내가 사람이다. 너를, 철수밖에, 경주부터, 하늘만큼
걸림씨
(관계언)
토씨(조사)
임자씨나 풀이씨 아래 붙어 그 말 뜻을 도와 주거나 다른 말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낱말
이, 가, 을, 를, 한테, 부터, 에게, 까지, 에, 만큼——
2) 줄기와 씨끝
우리말 가운데 풀이씨는 쓰임에 따라 그 말끝이 바뀝니다.
<먹다>
줄기 씨끝
↓ ↓
+ 다 → 밥을 먹다.
+ 은 → 내가 먹은 밥
+ 게 → 먹게 해라.
먹 + 니 → 밥을 먹니?
+ 고 → 먹고 자고
+ 었다 → 빕을 먹었다.
보기처럼 ‘먹다’라는 낱말은 쓰임에 따라 ‘먹’은 바뀌지 않고 말끝만 ‘다, 은, 니, 거라’ 따위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느 하나의 낱말에서 쓰임에 따라 바뀌지 않는 부분을 줄기라고 합니다. 한자말로는 어간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바뀌는 부분은 씨끝이라고 합니다. 한자말로는 어미라고 하지요.
3) 뿌리와 가지
낱말들의 짜임을 가지고 홑낱말(단일어), 겹낱말(복합어), 파생말(파생어)로 나누기도 합니다.
홑낱말은 그 줄기가 한 가지로 되어 있는 낱말을 말합니다. ‘나무, 코, 민들레, 산, 어느, 벌써, 춥다, 작다’ 따위가 홑낱말입니다.
겹낱말은 그 줄기가 한 가지 이상으로 되어 있는 낱말을 말합니다. 곧 겹낱말이란 둘 이상의 낱말들이 합쳐서 만들어진 낱말입니다.
손 + 목 = 손목
밤 + 길 = 밤길
개 + 밥 = 개밥
날다 + 가다 = 날아가다
굳은 + 살 = 굳은살
투덜 + 투덜 = 투덜투덜
알뜰 + 살뜰 = 알뜰살뜰
이런 겹낱말은 그것이 둘 이상의 낱말이 합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하나의 움직임이나 상태, 대상을 가리키는 한 개의 낱말이므로 붙여 씁니다.
파생말은 어떤 낱말의 뿌리에 앞가지나 뒷가지가 붙어 이루어진 낱말을 말합니다. ‘맨손, 군소리, 맏아들, 빗나가다, 샛노랗다, 잠꾸러기, 자랑스럽다, 사랑하다, 많이’ 따위의 말이 파생말입니다.
맨 + 손 = 맨손
군 + 소리 = 군소리
맏 + 아들 = 맏아들
잠 + 꾸러기 = 잠꾸러기
많(다) + 이 = 많이
사랑 + 하다 = 사랑하다
자랑 + 스럽다 = 자랑스럽다
여기에서 ‘맨, 군, 맏, 꾸러기, -이, 구러기, -하다, -스럽다’ 따위는 홀로 쓰일 수 없으므로 낱말이 아닙니다.
다만 어떤 낱말에 뜻을 더하거나, 씨를 바꾸어 새로운 낱말을 만드는 구실을 할 따름입니다. 이런 것을 가지라고 합니다.
한자말로는 접사라고 하지요. 그리고 ‘손, 소리’ 따위처럼 그 낱말 본래의 뜻을 나타내는 부분을 뿌리라고 합니다. 한자말로는
어근이라고 하지요.
가지는 다시 뿌리 앞에 붙느냐, 뒤에 붙느냐에 따라 앞가지(접두사)와 뒷가지(접미사)로 나뉩니다. 앞 낱말들에서는 ‘맨, 군’ 따위가 앞가지이고, ‘-이, -하다, -스럽다’ 따위가 뒷가지입니다.